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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노정선/남한에 남는 전력 北에 보내자

입력 | 1999-01-05 18:53:00


지난해 12월10일 필자는 아프리카의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 총회에서 북한대표 리정로를 만났다. 올해는 식량배급을 하루 4백g으로 줄이고, 다시 3백g으로 줄인 후 3월과 4월에는 2백g으로 줄이게 될 것이며 그 이후는 식량배급이 완전히 중단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농사로 2백80만t을 채우지 못했고 결국 금년에도 1백70만∼1백80만t의 식량이 절대적으로 모자라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그나마도 많은 지역에서는 식량배급이 94년 이후 아주 중단됐다는 말을 탈북자들을 통해 들었다. 북한의 식량은 구조적으로 개혁을 하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한 지경에 놓여 있다. 농기구 기술을 지원하고 비료와 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의 남한 IMF경제위기를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돈을 적게 들이면서 북한을 도울 수 있는 길이 있다. 그것은 북한의 농업생산구조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전기를 공급하는 일이다.

남한에서는 매일 일정량의 전기가 잉여전력으로 남아돌고 있다. 일년에 5일 정도, 한 여름의 가장 더운 때에는 에어컨 등 냉방용기 사용으로 인해 전기가 모자라지만 그 이외에는 저장이 안되므로 잉여전력이 생기는 것이다. 이 전기를 북한에 유상으로, 그리고 무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북한 농업구조를 개혁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전기공급에 대한 대가로서 토지 사용 장기 계약을 할 수도 있을 것이며 남한의 중소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지역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올해 한반도는 다시 위기에 말려들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것처럼 미국내의 정치적 고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북한에 대해 강경책을 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민족 전체에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될 수 있다. 이같은 위험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남북한은 최대한 화해와 협력의 길을 택해야 할 것이다.

남는 전기를 북한에 보내서 북한주민을 기아에서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북한주민들은 이를 토대로 무엇이든지 가공해서 기아를 막는 대용식량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노정선(연세대 교수·사회윤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