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이 몰아치는 4일 밤 11시경 서울역광장.
서울시가 노숙자를 단속키로 한 첫날인 이날 합숙소 입소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긴 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영등포구 문래동에 마련된 노숙자합숙소인 ‘자유의 집’으로 갈 버스를 기다리는 행렬이었다.
“너무 하잖아, 버스대절비가 그렇게 아깝나.”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노숙자 박모씨(40)는 세시간째 추위속에서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러나 줄만 세워놓고 정작 이들을 태우고 갈 버스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박씨는 11월초 ‘희망의 집’에 입소했다가 ‘규제’가 싫어 일주일만에 서울역으로 다시 나왔지만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추위를 견디기 힘들어 자유의 집에 입소하기로 결심했던 것.
이날 박씨와 비슷한 생각으로 모여든 노숙자들이 5백여명. 입소대상자인 서울역 대합실과 지하도의 노숙자들을 합치면 6백명이 넘었다.
그러나 관계공무원들은 자발적인 입소 희망자들이 예상 외로 많이 모여들자 수용규모 4백여명인 자유의집에 수용하는 방법 등을 놓고 쑥덕공론만 계속했다.
관계공무원들은 줄지어선 노숙자의 정확한 수도 파악하지도 못한 채 두툼한 파카 호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넣은 채 거드름만 피웠다.
자정이 넘어서야 버스에 겨우 오르게 된 박씨는 “노숙자들의 실태도 모르고 무턱대고 단속에 나선 당국의 노숙자대책을 어떻게 믿고 따르겠느냐”고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