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희형, 코트가 너무 미끄럽잖아.”“상민아, 너만 미끄러운 것 아니잖아. 미끄럽기는 너나 나나 마찬가지야.”
3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숙명의 대결을 벌인 기아엔터프라이즈 강동희와 현대다이냇 이상민이 경기도중 나눈 대화의 한 토막.
이날 이상민은 바닥이 미끄러운 탓인지 실책을 8개나 범했다. 똑같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강동희의 실책은 단 한개.
이유는 간단했다. 1일 잠실 대우전을 마치고 일찌감치 부산으로 내려온 기아선수들은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연이틀 강훈을 했다. 사직체육관은 다른 경기장과 마찬가지로 다목적 체육관.
특히 핸드볼선수들이 자주 이용해 이들이 공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손에 바르는 송진가루가 코트에 묻어있어 무척 미끄럽다. 기아선수들은 코트의 미끄러운 정도를 미리 파악해 악조건을 호재로 탈바꿈시킨 것. 실제로 기아선수들은 넘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는 단독돌파 등을 최대한 자제하고 골밑에 윌리포드와 김영만을 포진시켜 점수를 벌어갔다. 반면 현대선수들은 코트에서 엎어지고 넘어지는 등 수난을 당하면서도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
〈전 창기자〉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