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이면 꼬박 1년을 끌게 되는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섹스 스캔들과 탄핵정국은 이제 지도도 없이 항해하는 것과 같은 ‘안개 정국’으로 바뀌고 있다.
이유는 공화당 내의 자중지란이 탄핵재판이 시작되는 7일까지도 해결될 전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의회를 바라보는 미국민의 시선도 요즘의 엄동설한 못지않게 싸늘하다.
실리적인 측면에서 탄핵정국의 최대 피해자는 클린턴 대통령이 아니라 공화당이다. 클린턴 대통령의 약점을 정치적으로 최대한 이용하려다 중간선거에서 패배했고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과 밥 리빙스턴 하원의장 내정자가 정계에서 은퇴하는 등 2명의 지도자를 잃었다.
공화당의 지지도도 14년래에 최악인 36% 수준으로까지 곤두박질쳤다.
이같은 곤경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탄핵정국을 빨리 마감하는 것외에 다른 선택이 없어보인다.
사실 말만 ‘안개정국’이지, 클린턴 대통령이 물러난다든지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 다만 클린턴 대통령을 괴롭히는 기간을 얼마나 연장하느냐는 일만 남아있는 상태다.
공화당의 상원 지도부는 상원재판을 2주일내에 끝내려고 한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때문이다.
하지만 공화당 보수강경파 의원들은 이전보다 훨씬 강한 적개심을 보이고 있다. 하원의 헨리 하이드 법사위원장 등 상원재판의 ‘검사’로 임명된 공화당의원들은 하원에서도 하지 않은 증인신문 등을 요구하며 처음부터 다시 이 사건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필 그램 의원 등 상원의 공화당 중진들이 동조하면서 탄핵재판은 장기화쪽으로 기울고 있다.
미국민은 공화당이 점점 자멸의 길로 빠져든다고 보고 있다.
홍은택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