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극은 지극히 통속적이다. 뻔한 스토리인데도 목이 멘다. 울음을 터트리고 싶은 대목도 군데군데. 중장년층은 보고 나면 되레 후련해진다고 한다.
MBC 신파극 ‘며느리 설움―여자의 일생’도 그런 연극이다.
제목부터 줄거리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며느리(오정해 분)와 시어머니(사미자)의 애증. 우유부단한 남편(이덕화). 여기에 그 남편에 집착하는 여인(노현희)의 음모. 며느리는 거기에 휘말려 살인을 저지르고 아들도 보지 못한 채 집에서 쫓겨난다. 그리고 술집까지 전전….
MBC가 지난해 초 ‘불효자는 웁니다’에 이어 두번째로 준비한 신파극이다. ‘불효자는 웁니다’는 모두 84회 공연에 20여만명의 관객이 볼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주 관객은 신파극에 아련한 향수를 지닌 중노년층. IMF를 맞아 “부모님이 이뤄놓은 것을 지키지 못했으니 나도 불효자”라고 말하고 싶은 자식들이 효도삼아 선물로 바친 티켓을 들고 온 세대가 많았다. MBC는 “문화에서 철저히 소외된 중장년층을 위한 기획”이라고 덧붙인다.
‘며느리 설움’도 중장년층을 겨냥한 복고풍 상품이다. 며느리와 시어머니. 모진 시집살이를 겪었던 여성들의 지나간 삶이자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다.
극중에서 나오는 ‘대지의 항구’ ‘꽃마차’ ‘이별의 인천항’ ‘여자의 일생’ 등 트로트는 통속적 감흥을 부채질한다. 방송가에서 잊혀져가지만 중장년층에게는 아직 살아 있는 노래다.
오정해와 이덕화가 만나는 첫 도입부는 무성영화로 처리했다. 변사 이상해의 구수한 입담이 ‘그때 그시절’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비련의 며느리 오정해는 신파극이 처음이다. 낯설지만 서럽고도 서러운 표정을 담아내는데 혼신을 다했다. 남편 이덕화는 ‘불효자는 웁니다’에 등장했던 그 불효자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신파극을 맡은 그는 “처음엔 고사했지만 작년에 각인된 객석의 표정을 잊을 수 없어 나왔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김한영은 “‘며느리 설움’을 통해 중장년 서민층을 뭉클하게 하는 통속의 실체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8∼17일 월화 오후7시반, 수∼토 오후3시 7시반, 일 오후2시 6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02―368―1515
〈허 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