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서는 바비인형을 주문해 사는 어린이들이 많다.
가게에 진열된 바비인형 10여가지 중에서 고르는 게 아니라 바비인형회사의 인터넷 웹사이트(www.barbie.com)에 들어가 머리색깔 눈빛 얼굴형 옷 등을 선택하는 것. 주문가능한 바비인형의 종류는 수천 가지로 늘어나며 아이들은 자신만의 바비인형을 갖게 된다.
맞벌이 부부에겐 저녁준비가 꽤 골칫거리다. 그러나 미국 워싱턴이나 뉴욕에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싼값에 개인요리사를 고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요리사는 고객이 전화로 불러준 메뉴에 따라 시장을 봐 음식을 준비해놓고 돌아간다. 가스레인지나 오븐만 켜면 음식이 된다. 이들이 하루에 받는 주문건수는 15∼20건.
아직 미국에 이런 개인요리사가 1천8백명밖에 안되지만 5년안에 5천명으로 늘어나며 2000년에는 매출액 1억달러의 시장이 될 것으로 개인요리사협회(USPCA)는 보고 있다.
상품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맞춤형’이 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헬스 케어(Health Care)’라는 산업이 있다. 개인의 건강관리를 종합적으로 책임지는 의료서비스다. 병원이 치료는 물론 재활운동 건강검진 재택(在宅)간호 등 환자에게 알맞은 서비스를 알아서 제공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환자보다 건강한 사람이 더 많다. 의사는 고객의 건강상태를 검진한 후 직업이나 주거, 소득에 맞는 적절한 운동과 음식 등을 권해 건강을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은행도 달라지고 있다.
고객이 복잡한 적금 절세예금 주택예금 상호부금 등 예금종류를 일일이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 은행의 개인창구에 가면 창구직원은 이렇게 묻는다. “재산은 얼마나 됩니까? 소득은 얼마죠? 앞으로 자녀결혼이나 집구입 등 중요한 지출계획이 있습니까?”
고객의 전 생애에 걸쳐 자금조달과 운영을 컨설팅하는 것이다. 물론 필요할 경우 은행원이 대출을 권하기도 한다.
요즘 국내에서도 이런 서비스를 하는 은행이 많이 생겼다.
‘맞춤 서비스’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가계부작성에서부터 증권투자에 이르기까지 챙겨주는 재정자문역이나 결혼선물에서부터 결혼식 신혼여행 그리고 신혼살림까지 계획하고 준비해주는 결혼조정역 등은 벌써부터 성업중이었다.
미국의 창업정보 월간지 엔터프레너 1월호는 99년 한해 가장 성장이 빠를 12가지 새로운 업종을 소개하면서 ‘개인관리용역(Concierge Services)’을 첫번째로 꼽았다.
개인관리용역이란 건물관리인이 건물을 관리하듯 개인을 관리해주는 회사다. 극장표를 대신 사주는 것, 주말파티의 기획과 준비에 이르기까지 시간에 쪼들리는 직장인의 온갖 개인사를 챙겨주기도 한다.
‘맞춤 비즈니스’에 해당되는 사업은 무궁무진하다.
인터넷 서점인 미국의 아마존사는 고객들의 취향을 분석해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구입한 고객에게는 베스트셀러 동향에 대한 정보를, 자연과학을 선호하는 고객에겐 자연과학 분야의 신간 목록을 제공한다. 회원으로 가입한 4백50만명에게 일일이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 덕분이다. 아마존사의 제프 베조스 회장(35)은 “소비자가 뭘 원하는지를 소비자 본인보다 먼저 알아내야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