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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향기]황동규 「꿈의 꿈」

입력 | 1999-01-07 19:27:00


지난 몇 해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빗소리.

아침부터 시작해서 낮을 보내고

오후에도 잊힌 듯이 내리는 빗소리.

오늘은 연구실 창밖 까치집을 적시고

그 밑에 새로 준공한 아랫집도 적시고

보이지 않아도 몸 뒤척이는 까치 새끼들

바알간 발톱까지 적시고

발톱에 묻은

거미줄 남은 한 가닥까지 적시고

더 적실 것이 없어

그만 맥을 놓아버린 빗소리.

발 하나쯤

시간 밖으로 내어놓은 빗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