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등급외 영화 신설과 등급외 영화전용관설치문제가 일단 불가쪽으로 결론이 났다. 개정 영화진흥법 중 관련 조항을 모두 삭제함으로써 논란을 근원적으로 매듭지은 것이다.
이 문제가 논란이 되었던 것은 ‘표현의 자유’를 확대해야 한다는 기본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포르노를 포함한 반사회적 영화의 상영을 합법화함으로써 이를 금지하는 현행 형법이나 국가보안법 등과의 법적 충돌을 피할 수 없는데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미약하기 때문이었다.
아무런 제한없이 등급외 영화를 허용한다면 노골적인 성표현을 담은 하드코어 포르노, 수간(獸姦), 시간(屍姦),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 학대나 폭행, 몰래 카메라를 이용한 실제 상황의 촬영, 극단적 폭력을 담은 범죄성 포르노(스너프 필름), 반국가적 행위 등이 등장하는 영화를 미리 여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럴 경우 등급외 영화의 위법성 여부는 관련법의 개별 적용을 받아야 하며 최종 판단은 이미 유통이 끝난 후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이는 미리 관람등급을 분류하겠다는 ‘사전 심의’의 기본취지를 흔들어 궁극적으로 심의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다. 다른 법의 판단에 따를 경우 모든 영화는 사전 심의를 받지 않고도 상영 후에 개별로 적법성 여부를 검증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 등급외의 범위를 ‘적법한 수준’까지로 한정한다면 기존의 ‘18세 미만은 관람할 수 없는 등급’, 즉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과의 차이를 알기 어렵다. 그 정도라면 굳이 법을 바꿀 이유가 없는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가 없는 등급외와 전용관 허용을 법제화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국민회의측이 최종 단계에서 주장을 철회함으로써 ‘무리한’ 합법화를 피할 수 있게 된 것은 법리적 안정과 사회 관습을 고려한 끝에 내린 합리적 결정이라고 평가한다.
조희문(상명대교수·영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