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眞露)의 ‘참眞이슬露’(약칭 참이슬)가 출시 두달여만에 2천만병 판매를 돌파하며 소주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진로라는 브랜드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한 상품명이 제품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참眞이슬露’라는 이름을 지은 사람은 브랜드컨설턴트 손혜원(孫惠圓·43·크로스포인트대표)씨. 손씨는 이밖에도 진로의 ‘참나무통맑은소주’, 신원의 의류브랜드 ‘Si(씨)’ ‘INVU’, 대한펄프의 기저귀 ‘보솜이’ 등 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손씨는 홍익대 미술대학원 출신으로 현재 같은 학교 시각디자인과 겸임교수다.
참이슬의 병 라벨도 직접 만들었고 얼마전 프로야구단 두산베어스의 로고를 만드는 등 브랜드 디자인분야에서 20여년 간 활약 중.
손씨는 “처음에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이름까지 짓는다니까 못 미더워했다”며 웃었다.
손씨의 작명실력은 꾸준한 독서에서 나온다. 대학재학 시절 독서클럽에서 매년 1백여권의 책을 읽고 토론한 독서광이었으며 지금도 매달 30여만원을 도서구입비에 쓴다고.
손씨는 “좋은 상품명을 선택하는 것은 좋은 씨앗을 골라내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어떤 씨앗이 어떤 꽃을 피우는지 아는 종자전문가처럼 여러 이름 중에서 소비자가 가장 호응할 수 있는 이름을 골라내는 판단력이 중요하다는 얘기. 좋은 브랜드의 가치를 키워 꽃을 피우도록 하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
때로는 생산자의 입장만 생각하는 회사관계자를 설득하는 것이 더 어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경쟁상품을 이기는 브랜드 이름을 만드는 일이 기업이미지통합작업(CI)을 하는 것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