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제가 시집온 지도 벌써 22년이 지났습니다. 저도 40대 중반이 되어 어머님과 원만하지 못했던 지난 날을 되돌아 보니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떨어져 사시던 어머님을 저희 집으로 모셔온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서로를 위해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고부문제는 해결하기 힘들다고 하지만 나름대로 노력하면 안될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처음엔 관계가 더 악화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아침 햇살을 맞을 때도 많았고요.
그렇지만 난생 처음 맏며느리 역할을 했다는 생각에 솔직히 마음이 홀가분하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집안 분위기도 전보다 훨신 화목해진 것 같아요.
그동안 어머님께서도 저를 이해하려고 여러모로 애쓰신 걸 잘 알아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데 함께 모시고 살다보니 오해도 풀렸습니다. 내 감정만 너무 앞세운 것은 아닌지 후회도 합니다.
며느리도 남의 자식이 아니라 내 자식이고 시어머니도 내 친정어머니라고 생각한다면 고부간에도 얼마든지 친딸 친엄마처럼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해 설이 지난 뒤 저희 집에 오셨는데 올해는 설날 이틀전이 어머님의 75번째 생신이군요. 올해 생신은 정말 마음의 정성을 다해서 차려드릴게요.
그동안 섭섭하셨던 것 모두 잊어버리시고 마음 편하게 오래 사시길 진심으로 빌겠습니다. 어머님, 올해도 건강하시고 이 부족한 며느리 많이 사랑해주세요.
정춘애(경기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