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방콕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있던 지난해 11월말.
태릉선수촌 근처 한 고기집에 국가대표 ‘고참 3인방’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소주가 아닌 콜라를 나눠 마시고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른줄에 들어서는 내년을 코앞에 두고 꼭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따자”고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바로 ‘아시아의 헤라클레스’ 김태현(인천시체육회),‘태권도 국보’ 김제경(삼성물산),‘남자핸드볼 투사’ 백상서(두산경월). 이들은 지금 김태현의 결혼식이 있을 23일을 손꼽고 있다. 서로 바빠 아시아경기 이후 만나지 못하다 이날 다시 뭉칠 수 있어서다.
이들은 공통점이 많다. 우선 ‘뜻을 세운다’는 30세 입지(立志)의 동갑내기이고 똑같이 악바리같은 승부근성에 성실함도 갖췄다.
김태현이 허리부상, 김제경이 오른쪽 무릎부상을 이겨낸 것도 비슷하다.
이들이 뭉친 이유는 딴 데 있다. 김제경의 말. “우리는 태릉선수촌에서 후배들을 이끄는 맏형이죠. 또 언제나 후배의 도전을 이겨내야 하는 챔피언입니다. 마음이 무거울 때가 많죠. 그럴때 후배를 찾을 수도 없고…. 이해의 폭이 넓어 서로 마음의 짐을 덜어줄 수 있어 좋습니다.”
김제경과 백상서는 92년 상무에서 처음 얼굴을 익혔다. 한국체대에서 김태현을 사귄 백상서가 연결고리가 돼 셋의 우정은 태릉선수촌에서 싹텄다.
이들은 자주 만나지 못한다. 태릉선수촌에서 눈길을주고받기도쉽지 않다. 그러나 말없이 주고 받은 목표는 같다. 몸관리를 잘해 내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최고의 영광인 금메달을 따내는 것이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