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의 지역본부장으로 파리에서 근무할 때 잠시 시간이 나면 고서적 서지상을 둘러보곤 했다. 주로 한국 영토와 영해를 표시한 지도를 살펴보는 것이 취미였다. 16세기만 해도 세계(아시아)지도에 한반도 표기가 없고 일본만 섬으로 표시돼 있었다. 17세기에 제작된 지도에는 한국도 섬으로 표기돼 있다가 18세기에 들어서야 반도로 표시되었다. 18세기 초에는 우리나라가 중국(단달)의 한 부분으로 돼있었기 때문에 제주도와 울릉도 독도까지 중국령으로 돼있고 동해를 ‘단달해’라고 표기하기도 했다.
1750년말 전세계 지도는 거의 프랑스에서 작성됐다. 당시 세계 지도의 최고 전문가는 로베르 드 보공디부자로서 이들은 지도를 만들어 세계에 배포했다. 이 때만해도 ‘동해’는 모두 ‘한국해’로 표기돼 1800년까지 내려왔다.
1800년대부터 ‘한국해 또는 일본해’로표기된 지도가 나왔고 1850년 이후 모두 ‘일본해’로 표기돼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지난 45년 우리나라가 독립하면서 ‘일본해’의 명칭도 당연히 ‘동해’ 또는 ‘한국해’로 되돌아올 것으로 생각한 듯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 안타깝다.
일본이 독도가 자기 영토라고 떼쓰는 근거도 세계 지도에 ‘일본해’라고 표기한 것을 들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낭트시의 한 식당에 가보면 1700년대초 세계지도가 걸려있는데 분명히 ‘동해’로 표시돼 있다. 1800년대 중반까지 어느 지도를 살펴봐도 ‘한국해’ 또는 ‘동해’라고 표기된 지도가 대부분이다.
‘동해’가 ‘일본해’로 바뀐 데 우리도 어느 정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 동해를 ‘East Sea’라고 하면 우리 입장에서나 그럴 뿐, 일본이나 일본에 주재하는 외국인에게는 동해가 아니라 서해다. 외국인보고 무조건 우리 입장에 맞춰 ‘동해’라고 불러달라고 주장하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황해’를 ‘서해’라고 표기하는 것도 문제다. 바다 이름을 붙이는데도 온 국민이 신경을 써야 한다.
또한 앞으로 우리 스스로도 한국의 영토 해안 도서의 이름을 정확히 표기한 지도를 발행해 전세계에 널리 보급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허상진(경북대 국제대학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