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법조비리사건의 파장이 확산일로에 있다. 법조계가 사건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하나 일반 국민도 비상한 관심 속에 수사를 지켜보고 있다. 사건 소개인 3백79명 리스트에는 전직 법무장관과 현직 장관급 검사장급도 끼여 있다니 더욱 충격적이다.
대부분이 대전에서 근무했던 전관(前官)들이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약속하며 전현직 검사와 간부들에 대해서는 대검이 직접 수사토록 조치했다. 일단 단호한 수사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돼 주목된다.
본란은 이번 사건이 법조계 개혁의 큰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 바 있다. 지난해 의정부사건처럼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조계 개혁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2월 판검사 정기인사때 태풍의 눈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일부 검찰직원 경찰관 등은 알선료로 받은 돈이 봉급보다 많은 경우도 있었다니 비리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판검사의 경우 비밀장부에 액수가 적혀 있지 않아 검찰은 벌써부터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연막을 피우고 있다는 보도다. 용두사미로 끝낼 속셈이 아니기를 바란다.
문제의 변호사는 사건소개와 관계없는 법원 검찰직원과 교도소 등에도 떡값을 뿌리며 자기사람을 만들어 왔다고 한다. 이미 패소한 소송 상대방들의 심정도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법조계 전체의 명예가 걸린 중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수사를 맡은 검찰의 명예는 말할 나위도 없다. 한점 의혹도 없이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로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검찰은 이번 수사의 최대 목표를 국민불신 씻기에 둬야 하리라고 믿는다.
또 하나, 이번 비리에서도 역시 전관예우가 핵심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변호사는 대전지검 부장검사를 끝으로 대전에서 개업한 전관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7월 몇가지 법조비리 척결방안을 변호사법개정안에 넣으면서 대표적 비리구조인 전관예우를 방지하는 조항은 빼버려 비판을 받았었다.
당시 대한변협은 직전 근무지에서는 2년간 형사사건을 맡지 못하게 하는 업무제한 규정을 제안했으나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 등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그러나 위헌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많은 법학자와 변호사들의 견해다.
판검사 경력없이 개업하는 경우와 경력을 쌓은 뒤 개업하는 변호사를 가르는 가장 큰 요인이 전관예우라는 숨겨진 비리구조다. 이런 현실은 퇴임후 개업 1,2년내의 변호사가 인기있는 변호사라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회에 계류중인 변호사법개정안을 심의할 때 전관예우 방지조항의 포함을 적극 검토하도록 거듭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