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의 기록을 좌우하는 3대요소는 ‘코스’ ‘날씨’ ‘컨디션’. 이중에서도 코스는 기록단축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코스에 오르막이 많거나 급커브가 잦으면 기록단축은 어렵다. 그렇다고 평탄한 직선도로가 계속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또 도로폭이 넓어도 좋지 않다. 왜 그럴까. 우선 오르막이 많으면 스피드를 낼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초반 오르막보다 35㎞ 이후의 오르막은 결정적이다. 황영조가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당시 몬주익언덕에서 일본의 모리시타를 따돌린 것은 바로 이 원리를 이용한 작전의 승리. 황영조는 몬주익언덕길을 오르며 모리시타의 힘을 다 쏟게 한 뒤 내리막길에서 그를 따돌린 것.
둘째, 급커브가 많으면 속도조절이 안된다. 특히 반환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반환점이 보이는 지점에서부터 속도를 늦춰야 할 뿐만 아니라 반환점을 돈 뒤 다시 속도를 내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것.
셋째, 바람이 적어야 한다. 강둑이나 바다를 끼고 가는 길은 바람이 많아 불리하며 건물이나 산자락을 끼고 가는 길이라야 바람이 적어 속도가 난다.
넷째, 도로폭이 좁아야 한다. 도로폭이 넓으면 시야가 아득해져 심리적으로 빨리 지치게 마련. 밤에 달릴 때 빨리 지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런 원리다. 도로폭이 좁으면 목표지점이 가까워 보여 심리적으로 안정을 얻는것.
다섯째, 평탄한 길보다는 어느정도 오르내리막이 있고 구불구불한 길이 좋다. 정신력의 싸움인 마라톤에서 지루하고 단조로운 길에서는 누구라도 빨리 지치기 때문이다.
〈김화성기자〉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