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미나스 제라이스주(州)가 중앙정부에 선언한 모라토리엄(대외 채무 지불유예)의 영향으로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가고 만기가 돌아온 채무의 기일연장이 안되는 등 브라질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해외언론들이 11일 보도했다.이들 언론은 “서방 은행들이 브라질에 약속된 4백15억달러 규모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주주들로부터 브라질과의 거래를 끊으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브라질 사태가 악화될 경우 아시아 동유럽 등 신흥시장의 신뢰도가 동반 하락하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이 재발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의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8일 “이번 사태로 긴축 및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연방정부의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개혁이 지연될 경우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사태에 영향받아 상 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 지수는 7, 8일 각각 5.13%, 2.5% 하락했다.
브라질 사태는 브라질에서 두번째 큰 주이면서 산업중심지인 미나스 제라이스주가 7일 ‘1백54억달러에 이르는 중앙정부에 대한 채무를 90일간 지불유예한다’고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이같은 선언으로 긴축과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중앙정부의 경제정책 역량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자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수 브라질대통령은 8일 미나스 제라이스주의 이타마르 프랑코 주지사에게 “모라토리엄을 취소하고 채무를 변제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브라질의 가장 큰 주인 상 파울루 주의 마리오 코바스 주지사가 중앙정부의 긴축프로그램에 대한 지지와 변제약속 이행을 강조한 반면 노동당 등 좌파는 이에 반대하는 등 이 문제는 점차 정치적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프랑코 주지사는 92∼94년 대통령을 역임했으며 카르도수 현대통령의 정적이다.
〈허승호기자·외신종합〉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