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월말까지 고위직 공무원 인사와 조직개편 등 구조조정을 마무리짓기로 함에 따라 관가(官街)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경제 부처들이 모여 있는 과천 관가에서는 현정권 출범 후 1년이 지나 이뤄지는 이번 인사에서 그동안 업무 수행결과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대폭 물갈이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는 분위기다.
대규모 인사가 이뤄지는 와중에도 산하기관에 퇴임 관료의 자리를 알선해주는 ‘낙하산’식 인사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누가 바뀌나〓건설교통부는 이달 중하순으로 예정된 인사에서 1급 6명 중 3명이 옷을 벗게 돼 대규모 승진 인사가 뒤따를 전망이다.
이향렬(李鄕烈)차관보가 3월 신설되는 대한주택보증 사장으로, 이헌석(李憲錫)기획관리실장이 철도기술연구원장으로 내정됐다.
조우현(曺宇鉉)철도청차장이 기획관리실장으로 본부에 돌아오고 호남 출신인 손학래(孫鶴來)국장은 2급승진 후 1년여만에 1급 승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1급 중에서는 강윤모(康允模)건설지원실장이 차관보로, 정임천(鄭林川)수송정책실장이 철도청 차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농림부에서는 소 수급 전산화사업 실패로 물러난 안덕수(安德壽)차관보 자리에 박창정(朴昌正)기획관리실장이 옮기고 안종운(安鍾云)청와대 농림해양비서관이 기획관리실장으로 승진할 전망.
산업자원부는 지난해 9월 경제부처 중 처음으로 1급 간부 5명 중 3명을 교체했다. 박태영(朴泰榮)장관이 최근 “당분간 현 조직을 그대로 끌고 가겠다”고 말해 대규모 인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초 1∼3급 간부에 대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재정경제부는 인사적체 해소와 조직 활성화를 위해 조만간 서기관급 13명에 대한 승진인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청은 아직까지 인사 계획이 없지만 경영진단이 끝난 뒤 두 기관이 통합되면 대규모 자리이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은 현 정권 출범 직후 청장 이하 국장급 이상 25명에 대한 대폭 인사를 실시한데 이어 최근 소규모 보직변경 인사를 단행했기 때문에 추가 인사는 없을 것 같다.
국세청은 세목별이 아닌 기능별로 조직을 개편하는 내용의 세정개혁안이 확정되면 이에 따른 자리 배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관가의 반응〓정권이 출범한지 1년이 지난만큼 분위기 쇄신을 위해 업무능력에 따른 인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기류.
이정무(李廷武)건설교통부장관은 최근 “작년 1년간 기대에 못미친 간부는 반드시 교체하겠다”며 대폭 인사를 여러 차례 예고했다.
김성훈(金成勳)농림부장관은 과장급 이상 간부회의에서 “각자 스스로 장관이라고 생각하고 부처 내의 부이사관과 이사관 중에서 국장 후보자 명단을 써내라”고 지시했다.
농림부에서는 이 설문 결과에 따라 현 국장 중 퇴진하는 간부가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연초 고위직 인사를 단행한 재정경제부는 제2차 정부조직개편 결과에 따라 다시 인사 회오리가 몰려오는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 국장은 “행정고시 10회 출신 1급 3명을 퇴진시키고 14회 출신을 1급으로 배치하는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며 “3월초 조직개편으로 다시 인사를 하면 업무단절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걱정했다.
건교부의 한 국장은 외부인사를 국장급으로 공개채용하는 계획과 관련해 “조직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다는 면에서 찬성한다”면서도 “건교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정책수립 과정에서 이론과 현실을 효율적으로 접목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정부 경영진단팀이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림에 따라 앞으로 위상과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감위 조직이 확대 개편되면 재정경제부의 옛 재무부 출신이 대이동을 하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병희·박원재기자〉bbhe4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