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사내아이들이 귀를 뚫고 귀고리를 달아 중국사람의 조소를 받으니 부끄러운 일이다…이 오랑캐의 풍속을 고쳐…따르지 않는 자는 엄벌에 처하라’.
1572년 조선 선조가 내린 전교(傳敎)의 내용이다. 국왕이 직접 이런 지시를 내렸을 정도니 당시 사내아이들 사이에서 귀고리가 얼마나 성행했는지 쉽게 짐작이 간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사내아이들의 귀고리 착용이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이다. 그 주인공은 신라의 화랑도. 이들은 귀고리에 상당한 애착을 가졌고 그런 까닭에 귀고리는 무척이나 화려했다. 막 소년티를 벗기 시작했던 10대 후반의 이들 화랑도는 멋진 옷과 모자로 장식했음은 물론이고 분을 발라 얼굴을 치장했고 여기에 귀고리까지 달아 한껏 멋을 냈던 것이다.
우리가 잘 몰랐던 역사 속의 이같은 이야기들. ‘한국인이 잘 모르는 뜻밖의 한국’은 그 생활 풍속의 흥미로움을 한겹 한겹 풀어헤쳐 보여주는 책이다. 자연 풍습 삶 지혜 정치 경제 등으로 나누어 약 70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연지곤지는 생리 중이라는 표시였을까, 조선시대 노비가 양민이 되려면 돈이 얼마가 필요했고 영의정의 월급은 얼마나 됐을까,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신라시대에도 대중목욕탕이 있었다, 고려시대엔 오누이 간에도 혼인을 했다, 조선시대에도 그린벨트가 있었다, 조선시대엔 가발로 머리를 꾸미기 위해 가산을 탕진하는 사람이 많았다 등등.
모두 흥미로운 내용이지만 단순히 흥미에 그치지 않는다. 고려시대때 60일에 한번씩 왕을 비롯해 모든 백성이 밤을 세워 축제를 벌였다는 대목이나 조선시대 때 돈이 없어 결혼을 하지 못하면 나라에서 혼인 보조금을 대주었다는 대목에선 성군들의 뜨거운 애민정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고여있는 우물물이 썩지 않는 비밀을 다룬 대목에선 사소한 일상에 숨겨진 선인들의 깊은 지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목처럼 하나 둘 뜻밖의 내용을 접하다보면 선명하고 생동감 넘치게 다가오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 그것을 만나는 것 역시 뜻밖의 기쁨이다. 7,5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