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근무한 적 없으시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고검 지검 검사들의 요즘 아침인사다. 바로 옆 법원 청사라고 다를 바 없다. 대전의 이종기(李宗基)변호사 수임비리사건으로 법조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대전지역의 법조 및 경찰을 포함한 공직사회는 “누가 다칠지 모른다”는 우려로 더욱 어수선하다.
★서울 법조계★
대부분의 판검사들은 전직 장관부터 검사장 법원간부에 이르기까지 사건 소개자로 이름이 나도는 상황에서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더구나 검찰의 경우 인사설까지 흘러나와 더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비장부에 이름이 오른 30여명의 판검사에 대해 ‘사법처리’는 어렵더라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이상 도의적 책임을 묻는 ‘문책인사’는 불가피하리라는 전망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 지난해 의정부 사건이후 변협의 변호사징계가 별효력이 없었다는 여론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대전지방변호사협회에 자체 조사 지시를 내렸지만 당장은 검찰 조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
법원의 경우 판사출신 변호사가 핵심이었던 의정부사건 때보다는 다소 안도하는 인상이지만 파문의 추이에 긴장하기는 마찬가지 입장이다.
★대전 법조 경찰★
11일 오전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지검 6층 수사과 사무실. 직원들은 말이 없었다. 걸려오는 전화만 마지못해 받을 뿐이었다.
“우리가 무슨 자격으로 피의자를 출두시켜 조사를 하겠습니까.”
대전지검의 경우 이른바 이종기 리스트에 오른 직원(전직 제외)이 54명이나 된다. 일반직 2백여명중 25%가 이 사건에 연루된 셈. 한 검찰직원은 “대검의 컴퓨터전문요원이 삭제된 이변호사의 컴퓨터 파일을 복구할 경우 연루자 명단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전지법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 민원실의 한 직원은 “민원인들이 모두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 같아 괴롭다”고 말했다. 법조청사앞 변호사들도 일이 끝나면 곧바로 퇴근하고 있다.
“일 때문에 법원과 검찰에 가려해도 오해받을까봐 두렵습니다.”
한 변호사는 “이번 일로 대전이 비리의 온상이 돼버렸다”며 “사시 동기들로부터 ‘안부’를 묻는 전화도 서너통 받았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대전〓이기진·지명훈기자〉doyoce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