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인 김군이 엄마 손에 이끌려 소아정신과 진료실을 찾은 것은 산만하고 부산스럽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선생님 말씀을 주의깊게 듣지 못해 숙제를 엉터리로 해가고 준비물을 빠뜨리곤 했다. 수업시간에 여기저기 간섭하고 장난치다가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 아이들에겐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
김군은 ‘주의력결핍―과잉운동장애’로 진단받고 약을 타갔다. 그러나 김군의 어머니는 1주일 후 진료실을 찾아와 약을 먹이니 증세는 좋아졌지만 치료를 계속 받아야할지 망설여진다고 했다. 주위에서 ‘아이를 정신병자로 만들려느냐’고 반대하는데다 정신과 약을 먹으면 중독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 그래서 나는 “김군이 치료받지 않으면 수업진도도 못 따라가고 우울증 학습장애 등이 올 수 있다. 약을 먹지 않고 상담만 하면 치료효과가 떨어진다. 그리고 김군이 먹는 약은 안전하고 효과가 탁월하다”고 어머니에게 설명했다.
김군은 치료를 계속 받아 다음해에 모범생으로 뽑혔다.
소아정신과에는 심각한 정신병 환자만 오는 것이 아니다. 심하게 낯을 가려서, 엄마와 잠시도 못 떨어져서, 말 배우는 것이 늦어서, 거짓말을 하거나 어른에게 대들어서 등등 수많은 문제를 푸는 곳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을 먹어야할 때도 있고 상담이 필요할 때도 있다.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노경선(성균관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