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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스캔들로 얼룩 EU집행위 퇴출 위기

입력 | 1999-01-12 19:01:00


유럽연합(EU)의 집행기구인 집행위원회가 집행위원들의 연이은 부정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끝에 집단으로 불신임 위기에 빠졌다.

유럽의회는 11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의사당에서 올해 첫 본회의를 갖고 EU집행위원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14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불신임안이 가결될 경우 집행위는 일괄 사퇴해야 한다.

▽비리의혹의 발단 및 전개과정〓유럽사법재판소 회계감사위는 지난해 11월 집행위의 기금사취 및 유용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감사위는 보고서에서 97년 EU예산의 5%에 해당하는 약 50억달러의 기금이 유용됐거나 사용처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럽의회내 최대 교섭단체를 이루고 있는 사회당 계열의 폴린 그린당수는 지난달 집행위에 대한 불신임 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비리혐의를 받고 있는 집행위원은 7명. 이중 에디트 크레송 전 프랑스총리와 스페인 출신인 마누엘 마린 부위원장은 즉각 사임압력을 받을 정도로 혐의가 구체적이다. 마린은 EU의 인도적 지원 예산 유용, 크레송은 연구기금 횡령 및 무자격 의사를 집행위 보건담당 자문관으로 특채한 혐의를 각각 받고 있다.

자크 상테르집행위원장과 핀란드 재무장관출신인 에르키 리카넨 예산행정담당 집행위원도 그들의 부인이 집행위의 부동산임대 및 프로젝트계약 등을 따낼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집행위 비리사례를 폭로한 집행위 재정감사국의 한 직원은 “집행위 각국 책임자들이 회계감사위의 조사작업을 방해하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주장해 집행위의 은폐의혹까지 일고 있다.

▽전망〓불신임투표로까지 사태가 불거지자 상테르위원장은 “관행적인 문제점들은 있었다”고 시인하면서 재발방지를 위해 △행동규범제정 △예산집행에 대한 감사기능 강화 △부정방지기구설립 등을 약속했다.

유럽의회 규정에 따르면 집행위원 개인에 대한 불신임은 인정되지 않고 집행위 전체에 대한 불신임만 가능하다. 불신임안은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할 경우 가결되나 유럽의회 다수당인 사회당과 기민당이 일괄 사퇴에는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현재로서는 가결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EU집행위란〓EU집행위는 1명의 위원장과 2명의 부위원장, 17명의 집행위원 등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집행위는 EU가 체결한 각종 조약 준수, EU의 정책 및 국제거래, 외교업무 등을 집행하며 법안의 입안작업도 담당한다. 집행위 예산은 1천억달러(약 1백20조원). 어마어마한 돈을 주무르다 보니 운용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파리〓김세원특파원·강수진기자〉clai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