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11년간 계속된 ‘영어 재판’이 11일 영어 전용론자들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미 연방대법원은 이날 주정부의 모든 공무원들이 업무시간에 영어만을 사용토록 의무화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애리조나주의 수정헌법이 연방헌법에 위배된다는 애리조나주 대법원의 판결을 확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애리조나주는 88년 연방헌법이 영어를 표준어 또는 공용어로 지정하지 않아 다른 언어들의 범람으로 영어가 훼손되고 있다면서 공무수행중 영어사용 의무화와 함께 영어 외 다른 언어로 작성된 공문서의 효력을 무효화한 수정헌법을 채택했다. 그러자 영어공용화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이 위헌소송을 냈고 애리조나주 대법원은 수정헌법이 표현의 자유와 비영어 사용자들의 동등한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판결을 내린 바 있다.
미국에서는 80년대 중반 이후 중남미 이민이 크게 늘면서 스페인어 사용인구가 급증하자 위기감을 느낀 백인들이 영어공용화 운동을 벌여 현재까지 23개주가 영어공용화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대부분 상징적 선언에 그쳐 애리조나주처럼 영어사용을 강제하지는 않기 때문에 법적 시비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