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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박두혁/「진료비 카드수수료」정부부담을

입력 | 1999-01-12 19:39:00


정부는 과세표준을 양성화하기 위해 금년부터 병원에서 신용카드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신용사회의 정착을 위해 신용카드의 사용이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는데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병원의 진료비는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해 정해지는 일반 상품이나 서비스와 달리 정부에서 강력하게 관리하는 공공요금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전 국민 의료보험으로 보험자 단체에 의해 과세표준은 이미 확연하게 드러나 있기 대문에 과세 표준의 양성화라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공공요금인 전기료 상하수도 요금 각종 세금 등도 신용카드는 사용할 수 없다. 미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는 이를 허용하고 있지만 수수료는 본인 부담이다.

따라서 병원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도록 하되 문제는 카드 회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누가 부담하느냐는 것이다. 국가가 관리하는 사회보장적 의료보험으로 최소한의 비용만을 보상받고 있는 병원으로서는 3∼4%의 수수료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의료계에서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의료 소비자인 환자에게 부담시키자는 의견도 있지만 이 또한 국민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수수료를 정부나 보험자가 부담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의료보험은 국가 관리의 사회보장적 의료보험이고 환자로부터 받고 있는 진료비도 정부에서 결정하고 관리 통제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정부를 자처하는 신정부는 현재 각 분야에 대한 규제의 철폐를 중점 개혁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의료계에 대해서는 점점 더 규제를 강화하는 것 같다. 언뜻 보면 국민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취해지는 조치같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

규제가 또 다른 규제를 낳는다는 원리와 마찬가지로 병원들은 규제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 또 다른 수단을 찾게 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소비자인 국민에게 그 부담이 돌아가게 됨으로써 병원과 환자사이에 또 다른 불신이 조성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박두혁〈연세의료원 홍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