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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C시장이 바뀐다 5]『노년층 두툼한 지갑에 주목』

입력 | 1999-01-12 20:00:00


일본의 건축회사 ‘미쓰이(三井)홈’은 전 직원에게 가와사키(川崎)시에 있는 주택에서 생활연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름하여 ‘노인체험 연수’. 이곳에서 젊은이들은 80세 노인의 신체조건을 직접 체험한다. 약한 시력과 청력은 물론 백내장도 경험할 수 있다. 시야를 좁히는 안경도 있다.

이 집에서 하루만 살아보면 ‘노인들 심정’을 깨우치게 된다. 노인을 위해 △계단 손잡이는 낮게 달려있어야 하고 △변기 옆에도 몸을 지탱할 수 있는 손잡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이 회사의 영업전략은 ‘노인이 살기 편한 집을 만들자’는 것. 평균수명이 세계에서 가장 긴 일본에서는 노인에게 편한 집을 짓는 것이 주택업계의 사활을 가르는 갈림길이 됐다.

은발의 노년층을 겨냥한 ‘실버산업’의 대표주자는 역시 유료 노인주거시설인 ‘실버타운’.

미국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주에는 2천6백여개의 실버타운이 있다. 한국의 양로원을 연상한다면 큰 오산. 개별 주택의 건평이 20∼1백평에 이르는 훌륭한 시설로 촌락 안에 골프장 테니스코트 여행사 병원 극장 등 운동 및 편의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동양의 경로사상이 미국에 침투한 것일까? 천만의 말씀.

실버타운의 80%이상이 민간이 운영하는 철저한 ‘장사’다.

일본 유럽 호주 등에도 이같은 고급 실버타운은 활발히 ‘영업중’이다.

노인용 제품도 엄청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 도쿄(東京)시내 이다바시(飯田橋)에 있는 복지기기종합센터에는 휠체어를 비롯해 침대 욕조 지팡이 의자 기저귀 의료기기 등 1천4백여종의 노인제품이 전시돼 있다. 일본에서만도 시장규모가 1조엔(약 10조원)에 이른다. 노인대상 여행상품과 금융상품도 2백여종이나 나와 있다.

실버계층을 대상으로 한 스포츠레저 교양강좌 장례업 가사대행 노인패션업 등은 유망산업으로 꼽힌다.

‘통크(TONK)족’이란 말이 있다. ‘Two Only, No Kids’의 약자로 손자손녀 돌보는데 시간을 뺏기지 않고 부부만의 인생을 추구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가리킨다.

21세기엔 통크족의 ‘두꺼운 지갑’에 주목해야 한다.

〈허승호기자·도쿄〓윤상삼특파원〉yoon33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