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보다는 고용안정.”
시대의 변화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노사교섭으로 불렸던 일본 춘투(春鬪)의 모습까지 바꿔놓고 있다.
지난 45년간 일본 노사교섭의 초점은 임금인상폭이었다. 그러나 장기불황으로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한 올해에는 고용안정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올해 춘투가 시작된 12일 일본 노사 양측이 내건 ‘출사표’는 이런 경향을 잘 보여준다.
일본경영자단체연맹(일경련·日經連)은 “기업경영이 어려운 만큼 고용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임금은 동결하거나 삭감하자”고 주장했다.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연합·連合)는 표면적으로는 ‘기본급 1% 인상과 고용안정’을 함께 요구했으나 내심의 목표는 고용안정 확보에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춘투의 임금인상률은 사상 최저 수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젊은 세대는 잘 모르지만 일본 경제발전사에서 춘투는 빠질 수 없는 개념이다.
70년대까지만 해도 피냄새가 났던 일본의 춘투에서 이제 시위 농성 폭력 등의 살풍경은 거의 사라졌다. 이 때문에 “춘투의 투(鬪)자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