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특정고교 인맥 형성 경고발언이 국민회의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선후배 밀어주기’에 관여해온 당내 인사들은 ‘당연한 말씀’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내심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특히 ‘신K1’ ‘신K2’ 등으로 지칭되는 광주고 광주일고를 비롯해 목포고 전주고 출신 인사들까지 ‘특정 인맥’이 어디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50년 동안 차별당한 호남인맥이 이제서야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데 또 다시 지역편중을 이유로 배제한다면 호남은 영원히 아웃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내 일부에서는 최근 재정경제부와 금융계 인사에서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한 치열한 ‘자리다툼’이 벌어지면서 갖가지 잡음이 김대통령에게 보고된 것 아니겠느냐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호남출신 경찰청장의 돌연한 경질과 영남출신 경찰청장의 임명에 이어 나온 이번 경고발언을 여권 내부의 파워게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김대통령의 편중인사 시정지침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정운영이나 동서화합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은 13일 김대통령의 언급과 관련해 “과거의 악습을 답습하지 말라는 경고이자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박수석은 정례브리핑에서 “특정 고교 중심의 학맥이 역대 정권에 존재한 게 사실이므로 국민의 정부에서는 이러한 악습을 답습하지 말자는 것이지 지금 특정고교가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고 말했다.
〈임채청·윤영찬기자〉cc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