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는 15일부터 매주 금요일 골프칼럼을 싣는다. 필자인 오학열씨(39)는 골프전문기자 출신이며 현재 골프용품 종합메이커인 ㈜팬텀 용품팀장. 골프입문 2년만에 싱글골퍼가 된 그의 핸디캡은 9, 베스트 스코어는 73타.》〈편집자〉
‘버디의 동생은 보기’라고 한다. 골프에서 과욕은 금물임을 경고하는 말이다.
주말골퍼는 물론 쟁쟁한 프로들도 버디를 잡으려고 욕심을 내다보면 ‘파’로 막기도 힘든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마음의 여유없이 플레이하기 때문이다.
80년대 국내 남자프로골프에서 맹활약했던 최모프로(51)는 프로입문 후 3년간 번번이 우승문턱에서 주저앉았다. 그러던 어느날 평소 친분이 있던 주말골퍼와 라운드를 가졌다. 라운드가 끝난 뒤 의사였던 그 주말골퍼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최프로가 너무 여유없이 경기하는 바람에 내가 불안했어. 스윙도 매끄럽고 퍼팅도 좋았는데 왜 그렇게 쫓기는 듯 플레이하는 거야.”
그는 “여유를 가지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프로는 투어대회중 스코어 관리를 잘못해 어처구니없게 연속보기를 범하거나 뜻하지 않은 이글을 잡았다가 자신도 모르게 흥분돼 여러차례 게임을 망친 적이 있다고 실토했었다.
이 진단 때문인지는 몰라도 최프로는 80년 부산오픈에서 프로 첫승을 올린 이후 80년대에만 10승을 기록했다.
프로는 그 분야에서 최고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최프로는 자신의 마음에 와 닿았던 아마추어의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였던 것이다.
대부분의 주말골퍼들은 동반자의 농담이나 OB보다는 자신의 퍼팅결과에 더 크게 흥분한다. 절호의 버디찬스를 놓쳤을 때의 아쉬움은 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하지만 골프는 어떤 경우에도 남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모든 결과는 자신의 노력 또는 실수 때문이다.
요즘은 필드플레이가 여의치 않은 겨울철. 연습장에서 미진한 샷을 가다듬는 것 못지않게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도 스코어 향상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오학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