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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박중현/박종철 12주기 추모식

입력 | 1999-01-14 18:45:00


14일 오후 3시 서울대 중앙도서관 옆 잔디밭에서는 경찰의 고문으로 숨진 서울대생 고 박종철(朴鍾哲·당시 23세)군의 12주기 추모식이 조촐하게 열렸다. 영하의 날씨에도 박군의 추모비 앞에는 1백50여명의 학생과 20여명의 재야인사가 모였다.

박종철기념사업회 회장 김승훈(金勝勳)신부가 “이제 청년학생 여러분들이 박군의 유지를 이어받아 정말 좋은 세상, 인정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어 주길 바랄 뿐이다”는 당부로 개식사를 대신했다. 민주개혁국민연합 이창복(李昌馥)공동대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장기표(張琪杓)원장 등도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8·15특사로 사면복권된 백태웅(白泰雄·37·전 사노맹 중앙위원장)씨는 “그동안 옥살이를 하느라 동아리 후배인 박군의 추모식에 처음 참가했다”며 흰국화 한송이를 헌화했다.

“국민의 정부가 출범했지만 내 아들이 꿈에 그리던 세상은 아직 오지 않은 겁니다.”

단상 옆자리를 조용히 지키던 박군의 아버지 박정기(朴正基·71)씨가 식이 끝나갈 무렵 조용히 말했다.

72일간 국회앞에서 천막을 치고 ‘민족민주열사의 명예회복과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의 제정을 요구하다 추모식에 참가했다는 박씨.

그는 “열사정신 계승하여 안정고용 쟁취하자”는 학생들의 구호를 들으며 격세지감을 느끼는 듯했다.

“종철이는 그래도 ‘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IMF시대를 사는 젊은 학생들의 표정에서는 ‘꿈’을 읽을 수가 없어요. 안타까울 뿐입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