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록스사는 작년 하반기부터 디지털복사기 제작방법을 바꿨다.
부품을 서로 용접하던 방식 대신 나사로 죄어 조립하는 방식을 채택한 뒤로 복사기를 다 쓰고 폐기할 때 쓸만한 부품을 빼서 재사용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이스트만 코닥사는 1회용 카메라를 회수해 렌즈 플래시 등을 재사용한다. 이 회사는 디자이너들에게 “개발비용이 더 들더라도 여러번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달라”고 주문한다.
영국의 화장품회사 보디숍은 리사이클링으로 크게 한몫 본 회사.
보디숍은 ‘화장품 용기는 화려해야 한다’는 기존상식을 뒤엎고 모든 용기를 원통형 한가지로 통일하는 대신 사이즈만 5가지로 나눴다. 재활용과 리필을 위해서였다. 76년 런던의 작은 점포에서 시작한 이 회사는 이제 세계적 화장품회사로 성장했다.
독일 도쉬사가 96년 개발한 전자식 디젤분사엔진은 기존의 기계식에 비해 비싼데도 유럽 등 선진국 디젤자동차 시장을 단숨에 석권, 시장점유율이 80%에 이른다. 매연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결정적인 장점을 지닌 이 장치는 앞으로 개도국에서도 채택이 불가피해 시장은 무한하다.
환경친화형이 아닌 기업은 21세기에 생존하기 힘들며 환경이야말로 가장 유망한 시장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환경문제가 집중 거론되면서 ‘이산화탄소(CO2)를 내뿜으려면 돈을 내라’는 뜻의 ‘탄소세’라는 단어도 낯익어졌다.
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기후협약회의에서 ‘CO2배출권 거래제’가 합의된 이후의 일이다.
환경은 이제 고상한 ‘도덕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환경〓돈’이라는 항등식이 더 실감나는 판이다.
미국의 환경컨설팅사인 EBI는 90년 2천5백억달러 규모에 그쳤던 세계 환경시장의 규모가 2000년 5천4백억달러, 2005년에는 6천6백억달러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장규모가 이 전망보다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몇해전만 해도 전자식 디젤분사엔진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듯이 새로운 환경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허승호·구자룡기자〉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