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국회의원의 딸이 시집갈 경우 축의금은 얼마나 들어올까. 이 경우 축의금의 주인은 신랑 신부일까, 아니면 부모일까.
93년 1월 당시 여당 국회의원이었던 박모씨의 딸 결혼식에 접수된 결혼 축의금은 총 1억1백여만원. 하객이 8백71명이어서 1인당 평균 축의금은 11만6천원에 달했다.
축의금을 가장 많이 보낸 사람은 김영삼(金泳三)당시 대통령당선자로 5백만원을 냈다. 장 차관과 청와대 고위 비서관 등이 낸 축의금은 5만원에서 1백만원선까지 편차가 컸다.
이같은 사실은 박씨의 딸이 14일 서울 마포세무서장을 상대로 “결혼축의금 1억1백여만원에 대한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며 축의금 접수명부를 첨부, 서울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드러났다.
그는 결혼 직후 아버지로부터 넘겨받은 대지 건물 등에 대한 증여세 2억5천4백여만원을 납부했다.
세무서측이 “증여세를 어떻게 마련했느냐”고 추궁하자 박씨는 “부동산 임대보증금과 결혼축의금”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세무서측은 박씨의 결혼축의금 1억1백여만원과 남편의 축의금 3천여만원을 합친 1억3천여만원에 대해서도 증여세를 물렸다.
국세청도 “하객들이 아버지를 보고 축의금을 낸 것”이라며 세무서를 편들었다.
하지만 박씨는 소장에서 “축의금은 결혼 당사자들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