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급이상 고위 공무원들이 퇴직후 자신의 업무와 관련이 있었던 기관이나 단체 기업체 등에 재취업하는 비율이 80%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클린 21’팀이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등 9개 부처를 대상으로 93년 1월1일부터 최근까지 퇴직한 국장급(장관은 제외) 이상 공무원 1백96명의 재취업 실태를 조사한 결과 5명 중 4명꼴로 산하기관이나 단체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공정거래위 등 경제부처 출신들은 사실상 100% 재취업됐다.
이처럼 높은 ‘유관 기관 재취업률’은 이른바 정부의 낙하산 인사와 전관예우 관행이 오랫동안 공공연하게 이뤄져 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전직 고위 공무원들 중 일부는 소속 기관이나 단체의 이익을 위해 각종 청탁과 민원을 담당하는 부서에 재취업되기 때문에 부정부패의 한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클린 21’팀의 조사에 따르면 93년 1월1일 이후 퇴직한 국장급 이상 공직자 1백96명 중 1백52명(77.5%)이 퇴직후 산하기관 이익단체 기업에서 새 직장을 얻었다.
이를 세분하면 △1백1명(51.5%)이 정부투자기관 공사 공단 등 산하기관과 단체에 낙하산 인사로 재취업했고 △32명(16.3%)은 협회나 조합 등 관련 단체에 △19명(9.7%)은 기업에 각각 재취업했다.
나머지 44명(22.5%)은 정계와 학계로 진출했거나 사법처리로 취업이 원천 봉쇄된 경우여서 실질적인 재취업률은 90%대에 이른다.
경제 관련 부처의 경우 정통부 출신 11명(총 14명 중 불명예 퇴직 3명 제외)과 산자부 출신 14명은 100% 옛 근무 부서의 우산 아래서 새 일자리를 얻었다.
‘모피아’(MOFIA·마피아와 재경부 영문약자의 합성어)로 불리는 재경부 공직자는 36명 중 34명이 퇴직후 유관기관이나 단체에 자리를 잡아 유관기관 재취업률이 94.4%에 달했다.
재경부 출신들은 주로 국책은행 증권감독원 금융감독원 증권사 투신사 신용카드사 등의 요직을 독점해 관가에서는 ‘금융계는 재경부의 신탁통치령이고 재경부 전직(前職)은 현지 총독’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고위 공직자들의 유관기관 재취업으로 인한 부작용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공정거래위의 한 과장은 부당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던 한 이익단체의 간부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가 옮겨가면서 조사는 답보상태에 빠졌다.
〈이병기·부형권기자〉watchdo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