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는 북한의 군사 모험주의에 대한 경고가 핵심이었다. 한반도 위기설까지 대두된 마당에 우리의 안보불안을 씻어주는 방안으로 한미 군사동맹체제의 강화가 절실함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같은 군사적 대응체제는 국제사회의 탈냉전 무드속에서 많은 나라들이 안보비용을 줄이고 경제와 복지에 힘쓰고 있음을 볼 때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그들의 핵의혹과 미사일개발이 한미 양국을 군사동맹 강화의 길로 가도록 재촉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번 SCM의 합의중 현실적으로 중요한 것은 북한의 국지도발이나 무장간첩 침투시 미군이 개입키로 한다는 대목이다. 지금까지는 북한의 무장공비 침투에 한국군만의 대간첩작전으로 대처했다.
후방침투와 같은 특수전식 도발을 한미 연합작전 대상에서 제외시킨 결과였다. 북한 정규군의 침공이 있어야 미군이 나서게 돼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북한이 정규전보다도 게릴라식 특수전을 더 중시해 온 점에 비추어 비현실적인 대북 견제전략이었다.
앞으로는 무장간첩 침투에도 미군이 지원하기로 한 것은 북한의 최근 동향에 많은 도발 위험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작년에 남해안까지 반잠수정을 침투시킨 것이 그 단적인 예다. 북한은 이제 그런 모험주의적 군사행동이 한미연합군의 명백한 응징대상임을 알아야 한다. 미국의 핵우산 제공 재천명이 바로 최고 수준의 안보동맹을 상징함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금창리 지하시설 의혹과 미사일재발사 계획을 둘러싼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상투적인 벼랑끝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모험으로밖에 볼 수 없는 북한의 태도는 지금 상황이 94년 제네바핵협상 당시와 크게 달라졌음을 인식하지 못한 탓이다. 당시는 미국 내에 대북 동정론도 상당했지만 지금은 거꾸로다. 한미일 군사대응체제도 이미 상당한 명분쌓기를 해놓은 상태다.
이번 SCM에서 합의돼 앞으로 한미연합사에 설치될 심리전사령부는 북한이 전쟁도발 징후를 보이면 북한주민에게 선무공작을 실시해 그 안에 호응세력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수많은 탈북자를 감안하더라도 이같은 심리전은 북한 내부에 만만치 않은 도전세력을 조직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군의 개입 폭이 확대됐지만 한미 양국정부는 한반도문제 해결의 주도권이 궁극적으로 한국에 있다는 원칙을 지키기 바란다. 안보의 최후보루인 군사대비는 철저히 하되 식량과 비료 지원으로 협상을 모색하는 한국정부의 방안에 한미일 공조가 더 긴요한 상황이다. 군사 대비는 화해협력과 표리를 이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