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에 불려가 동료검사로부터 조사를 받는 ‘치욕’을 당한 A검사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이종기 리스트’에 들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감찰부에 불려갔었다.
그가 분노하는 것은 대검의 소환 자체로 ‘비리검사’처럼 치부되는 현실이다.
지난해 위암 수술을 한 A검사의 아버지는 최근 “자식의 비리를 용서해달라”며 금식기도에 들어갔다. 그는 지난주초 아버지로부터 금식기도를 하겠다는 통보를 받고 “고향사람인 사건의뢰인이 제 이름을 도용한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했지만 아버지는 이를 믿지 않더라는 것.
교회 장로인 아버지는 ‘돈 없는 부모에게 매달 생활비를 보내기 위해 아들이 그런 짓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A검사는 “대검의 소환에 응하지 않으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검사를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기자회견등을 통해 자신이 결백하다는 것을 알려 아버지의 ‘가슴앓이’를 덜어드려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는 것.
대검 감찰1과장은 이같은 이야기를 전해듣고 시골에 거주하는 A검사의 아버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의뢰인 조사까지 했으나 A검사는 이름을 도용당한 것”이라며 금식기도를 그만둘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조원표기자〉cw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