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18일 내각제 개헌 동참 여부는 국민의 뜻에 따르되 한나라당이 권력구조변경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임기말 개헌이나 이원집정부제식 개헌은 결사적으로 막을 것이라는 점을 경고했다.
이총재가 그동안 내각제 개헌문제에 관해 관망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미묘한 시기에 이같은 입장을 밝히고 나선 이유는 최소한 세가지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첫째, 내각제 개헌시기를 둘러싼 국민회의 자민련간의 공방을 부추겨 두 여당의 틈새벌리기로 한나라당의 입지를 강화하고 둘째, 연내 개헌이 성사될 경우 국민의 뜻에 따른다는 구실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되 셋째, 임기말 개헌 등 여권의 개헌 변질 시도는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우선 공동여당 틈새벌리기는 한나라당이 내각제 개헌과 관련해 꾸준히 시도해온 목표 중 하나다.
이총재가 이날 이에 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안택수(安澤秀)대변인 등이 이 점을 분명히 했다. 안대변인은 “내각제 연내 개헌은 공동정권 성립의 핵심조건이었고 국민과의 약속이었기 때문에 지켜지는 게 당연하다”면서 자민련 편을 들었다.
또 이총재는 연내 내각제 개헌에 국민이 동의할 경우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해가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총재 입장에서 세풍 총풍사건 등 여권의 압박과 당내 비주류의 흔들기 등 안팎의 시련에 맞서 4년 후 대통령선거까지 살아남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내각제 개헌을 통해 집권을 시도하는 게 쉬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총재는 대신 연내 개헌이 이루어지더라도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총재는 또 연내 개헌이 무산되고 임기말 개헌이나 이원집정부제 채택 등이 추진되는 것을 최악의 경우로 상정하고 이를 극력 저지하겠다는 결의를 분명히 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