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용 브라운관 분야에서 부동의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관 수원공장.
요즘 이 공장은 일요일도 없이 3조 2교대로 라인을 100%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물량이 없어서 못팔 만큼’ 주문이 밀려있기 때문. 설연휴에 이틀을 쉴 것인가, 사흘을 쉴 것인가를 놓고 즐거운 고민을 할 정도다.
컴퓨터가 연도 인식을 못해 생기는 밀레니엄 버그(Y2k). 전세계가 Y2k 문제 해결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동안 때아닌 Y2k 특수로 휘파람을 불고 있는 업체도 적지 않다.
Y2k를 해결하기 위해 컴퓨터와 전산 시스템을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전세계적으로 약 3천억달러로 추산된다. 업계에선 국내만 해도 약 8조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어림잡고 있다. 뒤집어보면 Y2k로 인해 그만큼 막대한 시장이 형성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PC업계와 관련 전자업계가 바로 여기에 편승해 때아닌 호황에 들떠 있는 것이다.
PC 모니터용 브라운관의 공급이 달리는 이유는 대만 등 모니터 생산업계에서 Y2k로 인해 올해 PC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하고 브라운관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삼성전관의 경우 이미 올해 전체 생산량의 80%에 대한 공급 계약을 끝낸 상태. 올 1·4분기(1∼3월) 슬로건을 이 기간동안 6백억원의 순익을 내자는 뜻에서 ‘어택 6백’으로 정하고 공급량 맞추기에 비지땀을 쏟고 있다.
Y2k 특수의 또 다른 수혜자는 기업의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시스템통합(SI)업계.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각 기업의 정보화 투자 축소로 고전하던 SI업계는 Y2k 특수로 올해 사상 최대의 호황을 기록할 전망.
현대정보기술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Y2k에 대비해 전산망을 업그레이드하려는 프로젝트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신규 프로젝트가 Y2k와 관련되어 있다는 설명. 현대는 이에 따라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5백억원 가량 늘어난 4천9백억원으로 잡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계도 Y2k 때문에 큰 득을 보고 있다. PC나 중대형컴퓨터를 교체하거나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선 반드시 D램이 필요하기 때문. 국내 업계의 주력 제품인 64메가D램의 가격도 11달러선을 돌파한 후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최근 몇년째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을 경험하는 등 불황을 기록해온 반도체 업계로서는 Y2k는 재앙이 아니라 ‘선물’인 셈.
업계의 한 관계자는 “‘Y2k가 한국 전자 산업을 살렸다’는 말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