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노력이 비로소 첫 결실을 맺었다.
특히 브라질 경제위기가 심화하는 과정에서 피치IBCA가 19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 수준으로 상향조정한 것은 더욱 의미가 크다.
국가신용이 투자적격등급으로 올라가는 것은 국제투자자들에게 한국은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국가라는 사실을 공인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도 최근 한국을 3개월 내에 국가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될 수 있는 ‘긍정적 신용관찰 대상(Review For Possible Upgrade)’ 또는 ‘긍정적(Positive) 전망’ 대상으로 올려놓았다.
S&P 조사단은 최근 한국 경제 당국자들에게 “외환위기 극복 성과가 놀랍다”는 평가를 하고 돌아갔다.
▽신용등급 상향조정의 배경〓피치IBCA는 한국에서 외환위기 조짐이 나타나자 97년 11월18일부터 12월23일까지 4차례에 걸쳐 종전 AA-이던 신용등급을 B-로 무려 12단계나 낮췄다.
피치IBCA는 지난해 2월2일에는 한국이 IMF 개혁프로그램을 성실히 이행하는 점을 들어 투자부적격 등급 중 가장 높은 BB+로 5단계 올렸다.
피치IBCA는 19일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11개월만에 투자적격수준인 BBB―로 상향조정한 이유로 가용외환보유고가 지난해말 5백억달러로 급증했고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3백억달러에 달하는 등 외환부문이 급속도로 호전된 점을 들었다.
피치IBCA는 또 금융개혁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한국경제가 현재 회복국면에 들어서 수출경쟁력이 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97년과 같은 외환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종합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상향조정 효과와 전망〓대부분 외국투자기관은 신용평가기관이 투자부적격 국가로 분류하는 나라에 투자할 때는 이사회의 특별승인을 받도록 한다.
이번에 한국이 투자적격 등급을 회복함으로써 앞으로 주식 채권 등 외국인들의 포트폴리오 투자와 직접투자 등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되면 외환공급이 많아져 충분한 외화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필요한 외화를 해외에서 빌리지 않아도 된다.
또한 해외차입금리 하락으로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해외차입 조건이 개선되고 외채이자 부담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
물론 달러화 초과 공급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해 수출경쟁력이 약화되는 부작용이 있으나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은 과제〓피치IBCA는 한국 경제위기가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으므로 구조개혁의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
피치IBCA는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대기업의 높은 부채비율을 꼽았다.
지난해 기업구조조정의 틀이 마련됐지만 대기업과 채권은행의 재무구조 개선약정이 실제로 실행에 옮겨질 수 있는지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