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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부모사랑 부족한 아이 「울보」된다

입력 | 1999-01-19 19:21:00


올해 다섯살인 영희는 밤에 징징대며 잘 자지 않고 잠을 자다가도 깨어나 놀란 듯 울곤 했다. 엄마는 아이를 달랬다 야단쳤다를 되풀이하다가 소아정신과를 찾았다.

엄마와 상담한 결과 두 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엄마는 시댁과 갈등이 생기면 하루에도 몇 번씩 신경질이 났다. 또 영희의 경우 두 돌 되던 해 남동생이 태어나면서 친척과 가족의 관심이 동생에게로 쏠리자 ‘말못할 상처’를 받은 상태.

소아의 수면장애는 분리불안과 연관된 경우가 많다. 아이에게 ‘잠’이라는 것은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불안한 아이는 혼자 잠들지 못하거나 엄마 옆에서도 잠을 잘 못 자는 것.

영희의 스트레스는 뚜렷했다. 동생 때문에 관심을 덜 끌게된 것도 억울한데다 엄마가 시댁과의 갈등으로 정신이 딴데 팔려있고 화만 내 엄마가 필요할 때 도움을 못받았거나 오히려 야단만 맞은 것.

아이가 우는 것은 ‘나 좀 돌봐달라’는 신호. 말로 해서 안될 때 울면 엄마가 달래주니까 힘들 때는 처음부터 울어버린다. 영희가 울보가 된 것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나는 영희가 잠을 못 이루거나 자다가 깨서 울면 엄마가 당황하거나 짜증내지 말고‘그래 엄마가 있잖아, 괜찮아’하며 아이를 안심시켜 주도록 권했다. 또 아이가 울기 전에 엄마가 반응을 보이고 ‘징징거리지 말고 또박또박 말해보라’고 아이에게 얘기할 것을 조언했다.

엄마와 영희의 면담치료가 계속되면서 아이는 표정이 밝아졌으며 활기를 찾았다. 엄마도 “이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할 지 알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02―739―3211

노경선(성균관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