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단독의 경제청문회는 첫날인 18일부터 차수를 변경하며 밤12시를 넘기면서까지 진행됐으나 ‘정책청문회상 정립’이라는 기대에는 미흡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청문회 시작 전날인 17일 장재식(張在植)특위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복하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점잖게 하라”라고 당부까지 했다.
그러나 정책청문회로의 출발은 재정경제부의 ‘면피성’ 보고에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환란의 진상파악을 전제로 한 재발방지 등 정책대안 모색은 처음부터 삐걱거렸고 의원들은 구(舊) 재정경제원의 정책착오를 재경부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질문을 반복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했다.
실제로 재경부의 환란원인 보고내용과 자세는 김대통령이 19일 청문회관련 정부부처에 진실을 보고토록 지시하는 사태까지 벌어질 정도로 기대 이하였다.
재경부의 답변은 “당시 정책결정은 거기에 따르는 상황인식에 의한 것이다” “이런 모든 대책에도 불구하고 국제통화기금(IMF)지원요청이 불가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기가입 여부에 대해) 개인적 의견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파악해서 나중에 보고드리겠다” 등 외환위기의 실체 접근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자 장위원장은 “전임 관료와 선배 동료들에 대한 애정과 체면도 좋지만 사실대로 얘기해달라”고 주문했지만 좀처럼 먹혀들지 않았다. 또 의원들도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몰아치기식 질문을 하거나 때로는 호통을 치는 등 ‘정상 궤도’를 벗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물론 일부 의원은 “재경원이 당시 상황에서 어떤 정책대안을 사용했다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는지를 제시해달라”고 질문하는 등 정책지향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첫날 청문회에서 이규성(李揆成)재경부장관이 외환관리 및 종금사 감독과 OECD가입준비 소홀 등을 부분적으로 시인하는 등 전혀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야의 평가는 “특위위원들이 재경부 관리들을 상대로 고강도 질의를 벌이는 등 성공적이었다”(여당) “책임을 특정인에게 떠넘기려는 유도성 질문이 난무해 여권의 정략적 의도만 분명하게 드러냈다”(한나라당) 등으로 전혀 달랐다.
한편 일부 방송의 청문회 생중계 시청률은 1∼2% 수준이었다는 후문이다.
〈이원재기자〉w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