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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與 내각제공방 휴전]『내분 피하자』공감대 이룬듯

입력 | 1999-01-20 07:28:00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의 19일 독대(獨對)를 전후해 내각제문제로 술렁이던 청와대와 자민련 등 여권 주변이 일제히 조용해졌다.

DJP 독대에서 무슨 얘기가 오가서 그랬을까. 독대 후 공식 발표된 내용은 흐름만 짐작할 수 있는 정도다. 김총리는 “대통령이 국정을 잘 돌볼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고 오효진(吳效鎭)총리실공보실장은 “두 분이 좋은 나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은 “두 분은 모든 말을 할 수 있고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으며 모든 것을 협력해서 할 수 있다”며 “그래서 오늘은 정치문제를 포함해 국정 전반에 대해 상당히 심도있는 논의를 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독대 분위기는 좋았던 것 같다. 그러나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보다는 원론적인 대화로 상호 신뢰를 돈독히 한 자리였다는 게 청와대와 총리실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리고 독대에 앞서 실무적인 사전조율이 이뤄져 내각제문제에 대한 대화는 그리 길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얘기다.

김대통령은 “구조조정을 할 때 철저히 하지 않으면 브라질처럼 외환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며 구조조정의 내실화를 기해야 하는 시점에서 내각제논의에 따른 국론분열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김총리의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또 내각제개헌을 반드시 추진할 것임을 거듭 확약하고 “내가 이제 무슨 욕심이 있겠느냐”며 허심탄회한 입장에서 김총리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통령은 특히 공동정권의 두 축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결국 함께 갈 수밖에 없으며 그 중심은 자신과 김총리 두 사람임을 강조하고 모든 일을 둘이서 상의하자고 함으로써 장래에 대한 김총리의 불안감을 달래고 믿음을 주려고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청와대측은 독대 결과에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35분간의 독대 후 총리실로 돌아온 김총리의 표정도 밝은 편이었다. 그러나총리실은내각제문제와관련해 ‘합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뤄 현 시점에서 내각제개헌을 둘러싼 여권의 내부논란이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대해서는 김대통령과 김총리 사이에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명시적 합의는 아니라도 묵시적 양해는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총리가 내각제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국정’을 언급하면서 우회적으로 답변한 대목도 관심을 끈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