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둘러싼 뇌물수수사건으로 최근 위기에 직면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사태수습을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영국의 홍보대행회사 힐&노턴과의 계약 체결이었다. 이달초 이미지 관리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힐&노턴사와 만나 ‘위기관리팀’을 구성한 뒤 IOC의 사태수습 태도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뇌물의혹사건에 관한 자체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관련 IOC위원을 축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IOC는 사건 초기 질질 끌려다니던 모습과 크게 달라졌다.
97년 독일 벤츠사는 신형승용차 ‘A클래스’의 전복사고 덕분에 ‘안전의 벤츠’라는 이미지를 더욱 확고하게 심었다.
벤츠사는 사고발생 직후 A클래스의 생산을 즉각 중단하고 사고원인을 조사해 숨김없이 발표했다. 벤츠사는 이 사건으로 13억마르크(약 9천8백억원)를 날렸지만 회사 이미지 제고효과는 이 돈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반면 89년 미국 알래스카 연안을 오염시킨 유조선 엑슨발데스호 침몰사건으로 먹칠을 한 미 엑슨사의 이미지는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원인규명과 최선의 사후조치보다는 변명으로 일관한 탓이었다.
이 사건 때문에 기성세대를 대상으로 한 이미지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한 엑슨사는 요즘 초등학생을 상대로 이미지 회복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미디어세계의 발전으로 굵직한 사건은 발생 즉시 전 세계에 전파된다. 위기의 파장이 엄청나게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 착안한 것이 ‘위기관리 사업’이다.
버슨 마스텔라, 힐&노턴사와 같은 세계적인 홍보업체들은 위기홍보 의뢰가 들어오면 먼저 20∼40명의 위기관리팀을 구성한다. 이 때 받는 수임료는 직원 1인당 매시간 3백∼4백달러 수준. 일상적인 홍보대행료보다는 훨씬 비싸다.
남의 위기가 나의 ‘돈벌이 기회’가 되는 셈이다.
경영컨설팅 분야에서도 위기관리는 황금시장으로 떠올랐다. 외환위기로 난장판이 된 한국의 금융구조개편을 컨설팅하면서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있는 회사가 바로 미국의 매킨지. 또 외환위기 당시 한국 재정경제원의 위기홍보를 대행한 회사는 미국의 버슨 마스텔라. 이들 세계적인 홍보 컨설팅업체들은 요즘 위기관리를 최고의 유망시장으로 보고 있다.
아예 위기관리 업무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나타났다.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있는 ‘윌슨그룹 커뮤니케이션스’ (www.wilson―group.com), 플로리다주 선라이즈의 PC
MA사 (www.pcma.com) 등이 그 예다.
조직의 이미지와 상품브랜드가 더욱 중요해질 21세기의 시장에서 위기관리업은 단연 성장산업으로 꼽힌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