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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김경달/돈먹은 「개혁 실무자」

입력 | 1999-01-20 19:14:00


“나 참, 믿는 도끼에 발등찍힌다는 게 딱 이꼴이지 뭐.”

20일 점심시간. 주변 식당으로 종종걸음 치던 시공무원들 사이에서 자조적인 한탄이 터져나왔다.

5만여 서울시 공무원의 ‘시어머니’ 역할을 자임해온 김순직(金淳直·44) 행정관리국장이 전날 수뢰혐의로 검찰에 긴급체포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실제로 고건(高建)시장은 취임후 간부인사 과정에서 주변의 예상을 깨고 40대 초반에 영남출신인 김씨를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행정관리국 사령탑에 앉히는 것으로 대대적인 인사태풍을 예고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일어난 ‘6급주사 파문’은 ‘복마전 서울시’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안간힘을 써온 고시장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국민의 따가운 눈총이 서울시에 쏟아지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중하위직 공무원에 대한 비리척결을 주문하자 김국장은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로 국면전환을 주도했다.

그런 김국장을 지원하기 위해 고시장은 지난해 12월초 물갈이 인사 발표때 김국장 옆에 앉았다. 김국장에게 ‘서울시청의 토니 블레어’란 별명이 붙은 것도 이때다.

이날 고시장은 이렇게 말했다. “비리와의 마지막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이 인사를 단행하게 됐다”고.

그러나….‘마지막 전쟁’은 희망사항이었다. 이번 사건의 충격이 너무 컷던 탓일까. ‘열린 시정’을 표방하며 시민 직통전화까지 개설한 고시장이지만 이날만큼은 전화연결이 어려웠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