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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이모저모]韓銀「환란책임론」공방

입력 | 1999-01-20 19:41:00


20일 국회 145호실로 옮겨 진행된 여당 단독의 경제청문회는 첫날에 비해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나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두 기관으로부터 한꺼번에 보고를 받는 바람에 충분한 질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의원들은 “외환위기관련 보고서를 7차례나 재경원에 제출했다”며 책임을 재경원 등에 떠넘기려는 한은의 자세를 강하게 질책했다.

국민회의 천정배(千正培) 김영환(金榮煥)의원은 “그렇게 외환위기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면 대통령과 독대하거나 정부대책회의에서 끝까지 한은의 입장을 관철시켰어야 했다”고 말했다. 자민련 김칠환(金七煥)의원은 “한은이 사전에 많은 보고를 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거냐”고 다그쳤다.

전철환(全哲煥)총재는 “최선을 다했다고는 말할 수 있으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잘못을 시인. 장재식(張在植)위원장도 “97년 한은 국감에서 멕시코 사례를 들며 환율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당시 이경식(李經植)총재는 ‘우리와 멕시코는 다르다’고 묵살했다”고 추궁.

○…국민회의 이윤수(李允洙)의원 등은 “재경원이 97년10월28일과 10월17일 갑자기 외환시장개입을 중단토록 한은에 지시해 외환시장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다”며 “내가 알기로는 강경식(姜慶植)전부총리가 금융정책실을 통해 한은에 지시했는데 그 실상을 밝혀라”며 그 배경에 대해 의혹을 제기. 당시 한은 국제부장은 이를 시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당시 고건(高建)총리의 외환위기 인식여부를 놓고 묘한 입장 차이. 자민련 정우택(鄭宇澤)의원은 “고총리가 97년11월9일 외환위기에 대해 보고를 받은 것으로 돼 있다”며 “당시 총리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있지 않았느냐”고 확인을 요청.

이에 전총재는 “그때쯤 위험하다고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가 국민회의측에서 “그처럼 불명확하게 답변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이의를 제기하자 “최연종(崔然宗)부총재한테 확인해보겠다”고 후퇴.

〈이원재·이용재기자〉w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