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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前官수임제한]「전관예우」악습막을 고육책

입력 | 1999-01-21 19:30:00


판검사가 퇴직후 퇴직 당시의 개업지에서는 일정기간 형사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도록 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은 일종의 고육책이다.

만일 전관예우라는 폐습만 없었다면 이러한 법률을 만들 필요도 없을 것이다. 전관예우가 비단 법조계에만 있는 현상은 아니다. 공직에서 퇴직한 뒤 산하 관련단체에 취업하는 것 역시 전관예우에 해당하는 예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법조계의 전관예우는 사법의 공정성을 훼손함으로써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다른 영역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각에서는 형사사건의 수임제한 규정은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해당 변호사의 입장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느끼며 이러한 제한이 없는 다른 변호사에 비해 불평등하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형사사건 수임제한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직업행사의 자유를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업 자체를 포괄적으로 금지해 위헌 결정이 난 89년의 ‘개업지 제한제도’와는 다르다.

또한 모든 국민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헌법상의 권리는 직업행사의 일시적 제한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전관예우를 누리는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지 못하거나, 아예 변호사를 선임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전관예우는 사실상의 차별적 사법이며 이는 국민 전체에 대한 불평등한 사법행사로서 해당 변호사에 대한 일시적 불평등보다 먼저 타파돼야 한다. 또 전관예우는 변호사들간의 공정한 사건수임 경쟁을 저해하고 성실한 변론 활동을 하는 변호사들 마저 스스로의 활동방식에 회의를 갖게 한다. 이미 국민에게 돈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그릇된 의식을 심어주었다. 선진국에서 이러한 한국의 재판관행과 법조인들을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만일 법조인 스스로 전관예우의 폐단을 진정으로 인식했다면 이미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였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것은 법조인들이 사법적 정의보다는 잘못된 관행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형사사건의 수임제한은 결국 법조인으로의 직업윤리 부재가 빚은 필요악으로 보아야 한다.

박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