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존재 이유는 국가권력으로부터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있기 때문에 체제의 민주성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변호사는 다른 전문직의 기술성과는 달리 자유 권리 정의 형평 등 시민사회의 목표가치와 결합된 직업주의가 요구되므로 국가권력 등으로부터 ‘독립’과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변호사 직업의 본질적 전제다.
전관예우는 얼마전까지 동료 판검사였다는 연고관계 때문에 날카로워야 할 공사의 구별을 흐려지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막으려면 공직윤리의 수준을 높이면 되는 것이지 공직을 그만둔 이유를 들어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해 해결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
또 퇴임지에서의 형사사건 수임제한은 변호인 선택의 권리가 포함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 직무의 성격상 형사사건만을 취급하는 검사나 군법무관으로 퇴직한 변호사는 퇴임지 관할 지역에서 개업을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이는 이미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결정이 났던 과거의 ‘개업지 제한제도’와 법리상 다를 것이 없다. 공직윤리의 문제를 민간부문에 대한 반헌법적 규제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이다.
물론 형사사건에 국한해 수임을 제한한다고 하지만 개인간의 사건이란 흔히 민형사 사건이 겹치거나 연속된 경우도 많다.
민사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는 민사와 관련 있는 형사사건의 변호인으로 선임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의뢰인의 변호인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인데 이같은 헌법위반 사태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 형사사건 수임제한은 변호사 개업을 고려하는 법관 검사들의 대도시 근무기피를 일반화시켜 국가기관 내부의 인사행정의 목적이나 원칙을 뒤흔들어 잠재적으로 사법정의 전반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
결국 형사사건 수임제한이라는 발상은 공직자의 직업윤리 문제를 변호사의 윤리문제와 혼동하는데서 비롯된 것 같다. 그것이 아니라면 변호사의 ‘자유로운’ 직업적 임무의 보장이라는 민주적 원칙을 희생할 만한 중대한 사정이나 헌법적 가치를 증명해 보여야 한다.
김성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