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그룹총수가 경영전권을 행사하는 기업의 소유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기 위해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기능을 강화하고 전문경영인 주주 종업원의 경영참여를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이를 통해 소유지배구조를 집행기능(전문경영인)과 의사결정기능(이사회),감사기능의 삼각체제로 재편해나갈 방침이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22일 대부분의 기업에서 소수 지배주주들의 전횡에 따라 경영부실이 초래됐다고 보고 이사회 기능의 강화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재경부는 다음달초 민간기구 형태의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회를 설치, 관련 규범을 만들기로 했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5월중 산업위원회를 열고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위한 국제규범을 제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은 이날 경영자총협회 주최 연찬회에서 “재벌 지배구조는 사외이사의 기능을 강화하여 이사회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며 “재벌경영은 경영자와 주주, 종업원이 참여하는 형태로 개편돼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마련중인 개선방안은 △이사회의 감독기능 강화 및 활성화 △감사위원회 도입 △주주총회 활성화 △소수주주요건 완화 △미래에 예상되는 경영상의 위험요인 등을 포함한 기업내용의 완전한 공시 등이다.
이사회 활성화를 위해 증권거래법을 개정해 소수주주와 금융기관 등 기관투자가에게 사외이사추천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다음달중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상장법인 전체 이사의 25% 이상인 사외이사 수를 올해안에 50% 이상으로 늘려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기로 했다.
주주총회 활성화와 관련, 주총 참석자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는 현행규정을 고쳐 서면투표도 가능토록해 대주주들의 의사결정 독점을 막을 방침이다.
또 소수주주들의 권리행사 확대를 위해 상장회사에 대해 대표소송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완화하기로 했다. 대표소송 자격은 현재 발행주식의 0.01%이상 보유자로 제한하고 있다. 한편 이위원장은 연찬회에서 “은행의 소유구조개선을 위해 현재 4%로 규정돼 있는 동일인 주식보유한도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주식취득 단계별로 대주주에 대한 자격요건을 설정하거나 대주주에 대한 여신규제를 강화하는 등 보완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병희·임규진기자〉bbhe4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