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2일 LG배 세계기왕전 결승1국, 이창호9단 대 마샤오춘9단의 대국이 운현궁(雲峴宮)노안당(老安堂)에서 열린다. 궁궐에서 열리는 데다 ‘빅카드’라 바둑팬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볼 대목이 있다.
운현궁은 조선 제26대왕 고종(高宗)이 태어나 12세에 등극할 때까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으로 국가지정 문화재(사적 257호)다. 바둑 대국장으로 쓰이고 있는 노안당은 고종의 생부인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사랑채로 쓰면서 국사를 논하던 곳이다.
대국을 주관하는 한국기원 사업부측은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운현궁을 관리하는 ‘예문관’측에서 홍보차원에서 개최하고싶다는 제안을 받고 응했을 뿐이라고 했다. 예문관의 관리책임자는 서울시의 승인을 얻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했다. 서울시관계자는서울시 재산이나 마찬가지여서 관련 조례에 따라 사용허가를 내주었다고 했다.
바둑대국을 실황중계하려면 고압전선을 깔고 조명시설을 갖추느라 많은 인력이 동원된다. 아무리 조심해도 문화재의 원상을 해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돼 네번째를 맞는 운현궁 대국에 관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바둑대회를 소홀히 생각해서가 아니다. 굳이 국가지정문화재에서 대국을 치러야만 바둑의 가치가 높아질까. 오히려 문화재에 대한 한 나라의 의식수준이 얼마나 낮은 것인가를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다.
〈조헌주기자〉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