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당신이 중국 칭다오(靑島)로 떠난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군요.
가족과 멀리 떨어져 낯 설고 물 설은 곳에서 고생하는 당신을 그리워하며 우리 가족 모두 잘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보다 생활수준이 좋지않다는데 어떻게 지내시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IMF관리체제 이후 우리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중국 가서 몇년 고생하면 된다”며 해외근무를 자청하시는 당신을 보고 솔직히 마음이 든든했어요.
아이들은 잘 크고 있어요. 일수가 중학교 2학년, 고운이가 6학년인 것을 보니 참 세월이 빠른 것 같아요. 고운이는 요즘 풍물반에 푹 빠졌는데 장구 솜씨가 보통이 아니랍니다. 둘다 한창 자랄 때여서 그런지 귤 한 상자를 둘이서 3일만에 비울 정도로 식욕이 왕성해요. 또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한결 의젓해진 것을 보면서 당신이 외국에서 고생하는 보람이 헛되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지난해 11월부터 신문배달을 시작했어요. 꼭 돈 때문에 시작한 건 아니지만 생활비에도 도움은 됩니다. 새벽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신문을 돌리고 보니 건강이 좋아진게 무엇보다 좋군요.
여보, 행복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하쟎아요. 혼자서 너무 외롭다고 생각하면 더 힘들테니까 아들 딸 얼굴 떠올리면서 많이 웃도록 노력하세요. 우리에게도 행복한 날이 꼭 올 거예요.
아이들은 2월 설 연휴에 당신이 귀국하신다니까 벌써부터 손을 꼽고 있어요. 방에 보일러도 잘 안들어 온다는데 추운 날씨에 특히 건강 조심하세요.
정현진(서울 강서구 등촌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