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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미스터]『요리 배운 아이 똑똑해져요』

입력 | 1999-01-25 19:16:00


“오늘은 뭐 만들지?” “달콤하고 맛있는 슈크림 어때요.”

주부 조현숙씨(37·서울 강서구 등촌동) 집의 부엌은 토요일 오후면 온통 밀가루 범벅이 된다. 딸 보경양(11)의 ‘요리교실’이 열리기 때문이다. 냉장고에서 달걀 우유, 찬장에서 설탕과 녹말가루를 꺼내주면 조씨의 역할은 끝.

조씨는 “간식비를 줄이려고 집에서 이것저것 만들기 시작했는데 딸이 요리를 너무 재미있어 해 요즘은 함께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맛과 모양은 엉망일 때가 많지만 엄마와 동생 재경양(7)에게 ‘뭔가 해줬다’는 듯 의기양양한 딸을 보면서 ‘교육효과’를 느낀다는 것이 조씨의 설명.

3년전 초등학교 3학년 때 요리를 시작해 최근 어린이도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메뉴 42가지를 모아 ‘신행이의 행복한 요리’(김영사)란 책을 낸 심신행양(12)의 어머니 김소기씨(40). 그는 “학원에 보내거나 학습지 한번 시키지 않았지만 딸이 미술상 발명상 등을 많이 받은 것은 모두 요리교육 덕분”이라고 말한다.

영국 독일 일본에서는 오래전 요리를 통한 교육 효과를 인정해 유아원부터 정규과목으로 채택해오고 있다. 중앙대 유아교육학과 이원영교수는 “요리는 즐겁게 배우는 산 교육”이라고 강조. 이교수가 말하는 ‘어릴 때 요리를 가르치는 것의 7가지 효과’.

▽자신감〓‘어른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길러준다. 처음부터 너무 완벽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맛이 없거나 모양이 엉망이라고 잔소리하면 싫증을 내고 자신감을 잃는다.

▽책임감〓요리를 마친 뒤 손을 씻고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는 과정에서 책임감이 생긴다.

▽수(數)개념〓재료를 조각내거나 한컵 두컵 등 수량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수개념을 배우기 때문에 쉽게 잊어버리지 않는다.

▽과학적 사고〓쌀을 밥으로 만들거나 옥수수를 튀겨 팝콘을 만드는 과정에서 물질의 화학적 물리적 변화를 배운다. 요리전 재료의 상태와 요리 뒤 변화한 모습을 설명하면 좋다.

▽협동심〓동생이나 친구와 같이 만들고 만든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사회성’을 배운다.

▽안전감각〓불이나 칼 등 위험한 것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법을 배운다.

▽지시이행능력〓엄마의 설명이나 요리책의 그림에 따라 요리를 하면서 말과 그림을 이해하는 능력이 길러진다.

이교수는 “처음에는 플라스틱 빵칼 등을 사용하고 칼을 사용할 때는 보호자가 꼭 지켜봐야 한다”고 충고.

〈이호갑기자〉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