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에 어디로 가나. 한국하키가 ‘방빼’달라는 주인의 성화에 보금자리를 잃을 지경이다.
경기 성남시가 ‘한국하키의 성지’ 성남구장의 인조잔디를 천연잔디로 교체키로 한 때문. 성남시가 굳이 잔디를 교체하려는 이유는 프로축구 한 구단을 연고팀으로 유치, 시의 수익을 늘려 보겠다는 것.
성남시는 8일 하키협회와의 최종담판에서도 ‘시민 이익’을 내세워 잔디교체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정작 성남구장 주변 50여 숙박요식업소는 ‘천연잔디구장화가 시민에게 이익 보다 손해가 더 많다’며 적극 반대하고 있다. 한 숙박업소 대표는 “축구경기를 1년에 몇번이나 하겠는가”라며 “하키는 경기가 연중 열려 중고대학 실업 등 전국 60여팀이 쓰는 숙박비용만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사실 지난해 성남구장에서 열린 큰대회만도 협회장기 참피온스컵 한국통신사장기 전국체전 세계주니어 월드컵 등 9개. 여기에 대표팀훈련 2백70일을 합하면 운동장이 쉰 날은 거의 없었다. 대회 참가팀과 인원은 연 2백96팀에 6천여명. 한팀이 평균 5일씩 묵고 한사람 하루 숙박비를 2만5천원씩으로 잡으면 7억5천만원이 된다. 또 대표팀이 훈련때 쓴 3억여원, 외국선수들이 쓴 1천6백만원, 하키협회가 낸 운동장 사용료 5천6백여만원을 더하면 성남시의 하키수입은 11억1천여만원이 되는 셈이다.
지난해 프로축구단 삼성이 수원시에 낸 종합운동장 사용료는 약 9천만원. 홈팀과 원정팀의 숙박비가 있지만 막대한 액수는 되지 않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성남시가 하키구장을 천연잔디로 바꿔 프로축구 경기를 유치한다해도 발생 수익은 현재보다 못하다는 것.
한국여자하키는 86년부터 아시아경기 4연패, 88년 서울올림픽과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은메달을 차지했다. 남자도 86년과 94년 아시아경기 금, 98년 방콕아시아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바 있다.
〈김화성기자〉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