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에서 오고 간 대화들이 느리게 찍어 빨리 돌린 화면처럼 우스꽝스럽게 흘러갔다.
양훈이 부도는 인자 해결할 수 없게 되었제. 너 얼매나 물려 부렀냐?
한 두 어장 된다마는 사람이 그라먼 못쓰는 거여. 일 저질르고 도망가불면 다른 사람들은 어쩌란 말여.
야야 강욱이도 덕희도 다 낙하산 타고 떠버리는데 니는 도으원 한나 못챙기고 협회다 위원회다 기념사업이다 맨날 남으 치다꺼리나 하구 댕김서 멀 하고 자빠졌냐.
아야 골치 아퍼서 나는 상관허기도 싫다. 먼놈으 오일팔 관계단체가 그렇게 많다냐.
인생은 길고 혁명은 짧아 그런가. 사는 것이 다아 욕이여.
어 남으 말 허구있네. 수신제가 잘혀. 샛바람 피지말고.
그게 다아 먹잘 것이 생기고 사는 거이 심심헌께 생기는 병이라고.
사업만 신경 쓰지말고 주변에도 좀 찾아 댕기고 후배들 살림도 챙기고 최소한 경조사에 얼굴이라도 내밀어 봐라. 효신이 꼴이 그게 뭐냐. 간이 굳어뻔져서 얼굴이 시커멓게 탈 때까지 그냥 모른체하구 있었다니 그거이 무슨 공동체여. 봉한이 형은 왜 안나온 거여?
어따 남으 말 허구있네. 고옹동체? 보상 시작 되면서 그거 다 깨져 버린지가 언젠데.
만나면 왜 서로들 못씹어서 난리냐 난리가.
이게 사는 거여? 속이 헛헛허고 씁쓸해서 그런다 왜?
무슨 말 끝에 술상이 엎어졌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와이셔츠에 벌건 고춧가루 물이 튄 걸 보면 나도 그 자리에 있었던 게 분명한데. 나는 누군가에 의해서 부축되어 여관의 계단을 비틀대며 올라왔다. 모두들 비틀거리며 각자 택시를 탔거나 운전수에 부축되어서 차에 올랐겠지. 그리고는 자동차 뒷자리에 앉은 채로 졸다가 아니면 혼자가 되어버린 쓸쓸함 때문에 오랜만에 골목 어귀의 포장마차에서 마무리로 소주 한 잔을 더했을까. 얼룩진 판자 위에 찬 소주 한 잔을 올려놓고 무엇들을 생각했을까. 지금 술이 깬 나처럼 황폐할까. 새벽에 나를 따라 온 여자가 있었던 것 같다. 가서 잠자리 살펴드리라고 사업하는 친구 버릇대로 따라 붙였겠지.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문을 발로 차고 사환 아이가 짜증을 내며 하소연하고 여자는 도망가버리고 변기에 세면기에 토했다. 나는 속옷 바람으로 침대에 멍하니 걸터앉아 있었다. 독방 버릇대로 혼자 툭 내뱉듯이 중얼거린다.
―시간에 장사없지.
전화 벨이 울렸다. 오래 울리고나서야 전화를 받았다.
나 봉한이요. 건이한테서 연락 받았는데 형님하구 점심이나 할라구 전화했소.
어 아직 정신이 어리벙벙한데…지금 나가지 뭐.
몸 생각 하셔야지 먼 술을 그리 먹소.
그 녀석들이 발동을 걸었지 뭐.
여기 얼매나 계실라오?
글쎄…작정한 바는 없고 어디 갈 데가 있어서.
하여튼 빨리 나오쇼. 얼굴 좀 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