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30대 초반의 미혼여성입니다. 제 고민은 가족들과 마음을 터놓고 친하게 지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스물 한살에 부모가 돌아가셔서 동생들 교육과 생계를 책임져야 했습니다. 언니가 한명 있지만 일찍 결혼했기 때문에 제가 고생을 많이 했지요. 그런데 지금 동생들은 오히려 언니와 더 친하게 지냅니다. 그런 가족들에게 피해의식과 배신감 증오심을 느낍니다. 집에서는 말도 하기 싫고 웃음도 잃었습니다. 저는 모르고 그들만 아는 일도 많아 소외감을 느낍니다.(인터넷독자 김모씨)
▼답
누구나 어느 정도 사람들과의 관계맺기에 두려움을 느끼므로 상대방이 내게 먼저 다가오기를 바랍니다. 가족간에도 마찬가지죠.
더구나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상대에게는 거리를 두고 싶은 게 사람의 속성이죠. 가족 뒷바라지에 힘드셨겠지만 혹시 그 과정에서 힘들다고 내색하진 않았는지요. 사람들은 그런 부담을 주는 사람을 피하고 싶어합니다. 남에게 은혜를 베풀었다가 나중에 섭섭해 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런 심리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벽을 만들면서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이해하고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먼저 그 벽을 깨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동생과 언니가 같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소외감을 느끼기 전에 먼저 “나도 같이 어울리자”고 해보세요. 상대가 먼저 마음을 열어보이면 대개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것이 많으면 실망도 큰 법입니다. 동생들을 위해 희생한 것은 값진 일입니다. ‘내 덕분에 그들이 이렇게 잘 자랐구나’ 혼자서 흐뭇해 하세요. 자기 마음속에 자기 행동에 대한 진짜 자긍심, 만족이 있으면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행복하지 않을까요.
양창순(서울백제병원 부원장)